Dec 25, 2011

[culture] 커피의 진화 카페의 진화 2. 북유럽의 카페 문화와 라페 맘(Latte Mom)

Gildas Rum, Stockholm, Sweden




스웨덴에는 피카(fika)라는 말이 있습니다. 커피와 함께 파이나 페스트리같은 단 맛이 나는 간식거리를 먹으며 수다를 떠는 그들의 문화를 일컫는데,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기에 이 단어의 의미를 물어보면 선뜻 설명하지 못합니다. 에스키모에게는 눈(snow)을 의미하는 단어가 50개가 넘는다는데, 이렇게 어떤 A에 대하여 얼마나 많은 어휘를 가지고 있느냐로 그 문화권에서 A의 중요성을 판단하곤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색에 대한 표현이 굉장히 다양하다고 하죠.


북유럽에서 커피라는 A의 중요성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입니다. 스웨덴 사람들은 하루에 평균 4.5잔의 커피를 마시고, 세계 1위의 커피 소비국인 핀란드는 스스로를 벌크(bulk) 커피 소비자라고 말합니다. 북유럽에서는 19세기부터 커피 문화가 급격히 발달했는데, 그것은 알콜 제조와 판매에 대한 규제가 매우 엄격해 지면서 그 대체재가 된 것이 커피이기 때문입니다. 북유럽의 커피 문화에 대한 글을 읽다 보면, 'Join the caffeine society' 'drinking coffee is a national hobby' 'Nordic coffee culture is all about socializing'과 같은 표현들이 눈에 띕니다. 


+ 북유럽 커피 어휘에 대한 글. 북유럽 커피 문화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이 블로그(Nordic Coffee Culture)도 좋습니다. 




그렇지만 가장 강력한 것은 이 단어입니다. '라테 맘(Latte Mom)'. 육아 휴직 기간 동안에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라테를 마시러 나온 엄마들을 의미합니다. 기본적으로 8~12개월의 유급 휴가를 즐기는 북유럽의 엄마들이 카페의 주요 고객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유급 유가 휴직 기간이 3개월입니다.)


언니의 출산 후에 조카를 데리고 카페에 갔던 기억을 떠올리면 유모차를 끌고 어딘가에 간다는 것 자체가 부담인 서울과 너무 대조적입니다. 서울에서는 엄마들이 시간이 있더라도 남편의 차가 없이 외출을 한다는 것은 노동에 가깝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상상도 못하죠. 하지만 북유럽에서는 유모차를 끌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는데 거의 제약이 없습니다. 심지어 헬싱키에서는 유모차를 끈 엄마들은 뒷문으로 탈수 있고 버스 요금도 무료입니다. 


북유럽의 라테맘이 부러운 이유는 단지 엄마가 되어서도 카페에 갈 수 있는 시간적 경제적 여유 때문이 아니라, 사회 제도나 인프라가 라테맘을 존재를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입니다. 


+ 북유에서 아이를 셋씩 낳는 이유에 대한 기사. 마냥 부럽지만, 그들 나름의 고충이 있으리라 여기겠습니다.















북유럽의 카페 문화를 접하며 또 하나 느낀 것은 카페 문화가 성숙기가 되면 어떻게 변할지에 관한 것입니다. 스톡홀름에 오래 산 친구에 의하면 스웨덴 사람들은 원래 커피를 좋아했지만 카페에 나가서 커피를 즐기기 시작한 것은 20여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상업지구가 아니어도 동네 구석구석에 세련된 카페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주거지역 가운데에 있더라도 노인 부부, 게이 커플, 한 가족 전체가 나와 카페에서 피카를 즐기니까요. 

서울에도 10년 후 쯤에는 동네에도 하나 둘 카페가 들어설 것입니다. 카페에서 데이트하고, 수다떨고, 시험공부하던 사람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서 가로수길이나 삼청동까지 갈 여유가 없어져도 그 문화를 즐기고 싶은 욕구는 남아 있을테니 이를 알아 본 카페 주인들은 굳이 비싼 상업 지구가 아니더라도 수요가 있는 곳을 찾아 카페 문을 열겠죠.

아 참, 북유럽에는 스타벅스가 거의 없습니다. 북유럽을 통틀어 세 개쯤 있는 스타벅스는 주로 공항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스타벅스나 커피빈 등의 커피 전문 체인은 적어도 10년은 건재할 것입니다. 그 이후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변하는 이 도시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지금의 스타벅스, 카페베네, 탐앤탐스, 할리스, 커피빈 등은 다른 형태의 카페가 대체할 겁니다.



마지막으로 북유럽 세 도시(덴마크 코펜하겐, 스웨덴 스톡홀름, 핀란드 헬싱키)의 베스트 카페를 소개합니다.


코펜하겐, 커피 팩토리 Coffee Factory

코펜하겐에서는 많은 카페에 가 보지 못했지만, 가 본 곳 중 최고의 라테를 만들어 줍니다. 라테에 얹어주는 작게 자른 초콜릿 '조각'이 일품입니다. 시티 센터 근처에 위치해서 쇼핑이나 관광을 하다 들르기 좋습니다. 

Coffee Factory, Copenhagen, Denmark


코펜하겐, 로열 카페 Royal Cafe

로열 코펜하겐에서 운영하는 카페입니다. 조금 비싸기는 하지만 음식도 꽤 괜찮습니다. 로열 카페에 대한 리뷰는 이 글로 대신합니다


Royal Cafe, Copenhagen, Denmark


스톡홀름, Mellqvist Caffè Bar

모노클에서 꼽은 스톡홀름 최고의 카페입니다. 맛이 최고라기 보다는 스톡홀름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중 하나고 로컬들에게 사랑받는, 그리고 맛이 균일한 카페입니다. 사랑보다 신뢰를 얻은 카페랄까요. <A girl with dragon tatoo>의 작가로 유명한 스티그 라르손(Stieg Larsson)도 단골이었다고 합니다.


Mellqvist Caffè Bar, Stockholm, Sweden


스톡홀름, 드롭커피 Drop Coffee (dropcoffee.se)

한 커피 리뷰 사이트에서 1위를 차지한 카페라 스톡홀름을 떠나기 마지막 날에 어렵게 찾아가 봤습니다. 이름처럼 드롭 커피를 마실 수 있고, 로스팅도 직접해서 그들만의 맛이 있습니다. 라테가 조금 엷지만 '뭔가 달라'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드롭 커피가 있는 Mariatorget T-bana 역 주변에는 괜찮은 카페들이 꽤 있는데 다 못 가본 것이 아쉽습니다.
Drop Coffee, Stockholm, Sweden



스톡홀름, 코파카바나 Copacabana (kafecopacabana.com)



여행을 좋아하는 게이오빠들이 운영하는 동네 카페입니다. 스톡홀름은 여러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 남쪽 섬인 쇠더말름(Sodermalm)의 서쪽에 있습니다. 쇠더말음은 바와 카페, 갤러리들로 가득한 스톡홀름에서 최근 가장 핫한 지역입니다. 그 중에서도 코파카바나는 주거 지역에 위치해서 로컬들의 일상을 엿보기에 좋습니다. 물론 맛도 괜찮고요.




스톡홀름, 길다스럼 Gildas rum 



길다스럼은 쇠더말름 가장 중심부에 위치해서 근처의 갤러리나 독특한 숍들을 구경하다 들르기 좋습니다. 특히 배고픈 날에 가 보세요. 양 많은 라테와 맛좋은 샌드위치의 조화가 멋집니다.





헬싱키, Fleuriste (www.fleuriste.fi)



디자인 디스트릭트 내에서 가장 라테 맛이 좋은 카페입니다. 인심 좋은 주인 아주머니는 카페 안에 꽃집도 운영하시는데, 그래서인지 카페 장식도 매일 그 전날 팔다 남은 꽃으로 꾸며집니다. 꽃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더 마음에 들어하실 겁니다.






헬싱키,  Villipuutarha (www.villipuutarha.fi)


뭔가 독특한 분위기를 찾고 싶은 분께 권합니다. 로컬 친구에게 추천 받았는데, 그동안 외국인 노동자나 소외계층이 주로 살아서 외면 당하던 칼리오(Kalio)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런에 최근에는 이 칼리오에 독특한 공간들이 많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헬싱키, Kaffa Roastery (www.kaffaroastery.fi)



로스팅 카페입니다. 여기에서는 커피 판매보다 로컬 카페들을 상대로 원두를 판매하거나 바리스타 교육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테이크 아웃을 해 가거나 잠깐 앉아 있다 가기에 좋습니다. 대신 여유를 즐기고 싶을 때에는 바로 옆에 있는 Moko Cafe가 좋습니다. Kaffa Roastery에서 가져온 원두로 커피와 음식을 함께 제공합니다. 커피 한 잔 한 후에 인테리어 소품을 구경하다보면 두어시간은 훌쩍 가 있습니다.








커피의 진화 카페의 진화 2. 북유럽의 카페 문화와 라페 맘(latte mom)
커피의 진화 카페의 진화 3. 카페의 미래 고객, 에스프레소 긱스 or 컬처 버처



9 comments:

  1.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북유럽 커피 문화가 조금은 이해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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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감사합니다. 저도 관찰하며 매우 흥미로웠어요. 그런데 사견일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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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포스팅 잘 보고갑니다 :) 커피가 좋아서 유럽여행 가려는 사람중의 하나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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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와... 잘 다녀오세요. :) 다시 가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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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언니, 저 다은이에요. 여기 우리 같이 갔던 카페도! 히히. 저도 스웨덴에서 드롭커피 갔어요. 언니가 추천해줬는데, 그때는 여기가 여기인가, 하다가 나중에 여기가 여기야? 했어요. (아, 바보같아라) 스톡홀름에서 가본 곳 중에 최고였어요. 맛도, 분위기도, 일하는 청년도! 그리고 그쪽 쇠데르말름(SOFO 지역) 분위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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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다은양, 여기서 보니 반갑네 :) 아... 다시 곱씹어 보게 된다, 헬싱키 그리고 스톡홀름. 그나저나 준비 잘 되어가고 있어요?
      + 블로그 다은양 닮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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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생각은 많이 해보는데, 생각만 할 뿐인 것 같아요. 지금은. 아직 부족한 것 같고, 모자란 것 같고, 시간을 더 가져야 하나 등등요. 여행 끝난지가 언젠데 아직도 여행타령이고 막 그래요. (정신 차려야지! 불끈!)

    전 언니 블로그 보고 놀랐어요! 너무 재밌어요! 이렇게 재밌는 걸 왜 그때는 알려주지 않으셨담! 노다지 캐고 있는 것 같아요. 하루에도 몇 번씩 들어와서 지난 포스트 읽는다니깐요. 그때 언니 카페에서 쓰신다는 글이 이런거였구나, 하면서 새삼스럽게 그때 기억이 오버랩 되는 거 있죠. (사진도 다 주옥같아요!)

    바쁘시겠지만 서울 가면 언니 한 번 뵙고 싶은데, 괜찮으신가요. 근데 연락처도 모르고 있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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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8월에 스웨덴가는데 적어놓으신 곳 적어도 두곳이상은 가 보고싶네요~ 너무 사진도 이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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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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