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 3, 2012

[trend]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3. 런던 편, 보기 좋은 맥주가 맛도 좋다

Meantime



Meantime beers and Dishoom pop-up store, London

런던의 부티크 맥주 회사로는 단연 민타임(Meantime)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얽힌 추억이 많아서 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맛과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위트 넘치는 디자인 때문입니다. 

Dishoom이라는 인도 음식점에서 여름철 동안에만 일시적으로 운영했던 사우스뱅크의 팝업스토어에서 처음 이 맥주를 발견했습니다. 사우스뱅크에 해변을 옮겨 놓았다는 소개글을 읽고 찾아 갔는데, 실체는 인공 해변이었습니다. 실망감이 적지 않았지만 그 실망감은 곧 메뉴판에 'London Lager'와 "Vienna Style Amber Lager'라고 적힌 맥주를 받아 들자마자 잊혀졌습니다.

라벨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라벨을 한참동안 들여보다 한 모금 마셨는데 기분 탓인지 '세상에 이런 맛이!'를 외치고는 친구와 각각 한 병 더 주문하고 말았습니다. 

민타임은 런던에게 가까운, 그리니치 첨문대로 유명한 그리니치(Greenwich)를 베이스로 한 부티크 맥주 회사입니다. 마음에 들었던 비엔나 스타일의 엠버 라거는 런던의 아티스트 레이 리차드슨(Ray Richardson)이 1999년 이 회사가 처음 시작할 때에 그려준 것이라고 합니다. 

민타임은 스몰 브로어리다운 신선하고 다양하며 높은 질의 맥주를 만들어 왔고, 'Be local'을 실천하고 푸드마일(Food Miles)을 최소화 하기 위해 근교에서 난 원료로 맥주를 제조 합니다. 음식 폐기물은 동물들의 식량으로 활용하고 플라스틱이나 병 등의 재활용에도 적극적입니다. 커피 맥주의 경우 영국 최초의 페어 트레이드 맥주로 기록되었고, 채식주의자들을 배려한 원료를 사용합니다. 

이런 부티크 맥주 회사라면 앞선 글에서 이야기한 인디 자본주의의 성공적인 기업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어 보입니다. 실제로 런던을 기반으로 10년 이상 꾸준히 성공한 덕에 몇년 전 행사에는 보리스 런던 시장이 직접 참석했고, 매출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유통에 있어서도 테스코에서는 찾아 볼 수 없었지만 세인즈버리(Sainsbury)나 웨잇로즈(Waitrose)와는 협업도 하고 납품도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예뻐서 용서한다'는 생각으로 알게 되었다가 '보기 좋은 맥주가 맛도 좋다'는 생각으로 관심을 갖게 된 후에 알면 알 수록 관심이 커지는 회사가 되었습니다.

민타임에서는 10 종 정도의 맥주를 생산하는데, 라거나 페일 에일, 필스너와 같은 대중적인 맥주 종류 외에도 밀 맥주나 초콜릿, 라즈베리 맛 등의 독특한 맥주도 생산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커피 맥주를 마셔보고 싶었는데 번번히 실패했고, 마셔본 것 중에서는 초콜릿 맛 맥주가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 병 디자인도, 정말 초콜릿 맛이 나는 맥주 맛도, 그 두 맛의 어울림도 좋습니다.

호주의 부티크 맥주 회사 리틀 크리에이처스에서 운영하는 멜번의 다이닝 홀처럼, 민타임 역시 그리니치에 직영 펍을 운영합니다. 리틀 크리에이처스만큼 쿨한 느낌은 아니지만 근처에 계시거나 그리니치 천문대에 방문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슈퍼에서보다 다양한 민타임 맥주를 맛 볼 수 있습니다. 

+ 바로가기 : 민타임 홈페이지


민타임 맥주를 가장 흡족하게 즐긴 곳은 런던의 초콜릿 팩토리라는 문화 복합공간 입니다. 런치 메뉴로 있는 오픈 샌드위치와 민타임 런던 라거를 골랐는데 음식도 맛이 좋아서 조화가 훌륭했습니다. 배가 고파지네요.

샌드위치와 맥주만큼 괜찮은 조화는 스시와 맥주입니다. 특히 런던에 머무는 동안 가끔 사치로워지고 싶은 날에는 홀푸드에 들렀습니다. 연어 스시 세트를 하나 사서, 지하의 맥주 코너를 어슬렁거리며 마음에 드는 라벨 디자인의 맥주를 골라서 숙소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언젠가부터 맥주나 와인을 고를 때, 무엇을 사야할지 고민이 되면 라벨 디자인으로 판단합니다. 라벨 디자인에 신경을 쓴 회사치고 맛이 별로인 맥주나 와인을 만드는 곳도 드물기 때문입니다. 아니면 잘 고를 것처럼 생긴 사람(?)이 고른 맥주나 와인을 따라 샀을 때에도 후회가 적었습니다.

한 가지 더, 홀푸드는 민타임뿐만 아니라 영국과 미국의 여러 부티크 맥주들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물론 테스코나 세인즈버리보다는 비싸지만 행사 상품이 많으니 자주 들르다보면 맛있는 맥주 세트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1. 맥주맛도 모르면서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2. 멜번 편, 스몰 브로어리와 모던펍의 만남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3. 런던 편, 보기 좋은 맥주가 맛도 좋다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4. 코펜하겐 편, 왕실 맥주의 실험작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5. 베이루트에 가면



2 comments:

  1. 이야기들이 끝없이 샘솟는 너의 여행- ^^ 여전히 진행중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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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행은 끝났지만 이야기는 끝이 없네요. 언제 다 정리하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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